'국대 20년차에 첫 우승' 지소연 "버텨온 나, 굉장히 고생했다"

'국대 20년차에 첫 우승' 지소연 "버텨온 나, 굉장히 고생했다"

링크핫 0 615 2025.07.1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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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동아시안컵 우승…MVP 장슬기 "경험 삼아 더 좋은 성적"

우승 메달 목에 건 지소연
우승 메달 목에 건 지소연

[촬영=안홍석]

(수원=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계속 버텨온 저 자신에게 굉장히 고생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여자 축구 대표팀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에이스' 지소연(34·시애틀 레인)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 무대에서도 톱 클래스로 인정받는 공격형 미드필더 지소연은 잉글랜드 첼시, 일본 아이낙 고베 등에 몸담으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2006년부터 20년 가까이 A매치 169경기를 뛰면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남자축구와 달리 여자축구에서는 일본, 중국, 북한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무대에서도 강세를 보여왔다.

여자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등 아시아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좀처럼 우승하지 못한 이유다.

그렇게 쌓여만 가던 우승의 한을 지소연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풀었다.

한국은 대만을 2-0으로 꺾고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우승을 이뤄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지소연은 "이 순간을 굉장히 기다려왔다. 대표팀 생활 20년째에 진짜 (우승컵을) 들어 올렸는데,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오늘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기다려온 우승이라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지소연은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는 않았다.

지소연의 냉정한 면모는 후반전 페널티킥 선제 결승 골을 넣었을 때도 드러났다. 동료들이 축하하러 달려왔지만, 지소연은 전혀 웃지 않았다. 외려 화를 내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소연, 내가 성공시켰어'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대한민국 대 대만 경기. 한국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성공한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5.7.16 [email protected]

대회 최약체 대만을 상대로 이기기만 하면 우승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전반전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다.

지소연은 "비기는 줄 알았다. 그래서 너무 답답했다. 선수들이 너무 급했던 것 같다. 골 넣으면 우승이라는, 완벽한 시나리오로 앞 경기가 끝났기에 선수들이 되게 좋아했다. 그 들뜬 분위기가 전반에 계속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하프타임에 (라커룸에서) 소리를 질렀다. 이대로 가면 우승 못 한다고, 정신 차리라고 했다. 저를 처음 겪는 어린 선수들이 굉장히 놀랐다"고 전했다.

페널티킥을 차는 순간이 매우 떨렸다는 지소연은 "원래 안 차고 싶었다. 근데 자신 있는 사람 나와 보라니까 아무도 대답을 안 하더라"라고 말했다.

보통 축구 대회의 우승 세리머니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건 주장이다. 그러나 대표팀 주장 이금민(버밍엄시티)이 아닌 지소연과 김혜리(우한) 두 베테랑이 세리머니의 중심에 섰다.

후반 교체돼 벤치로 들어간 지소연은 후배들에게 '트로피는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한다.

그는 "당연히 '언니'들이 트로피 들고 오는 걸로 얘기가 끝났다. 누구나 트로피에 손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 눈물이 좀 나야 정상인데, 눈물이 안 났다. 소속팀에서는 항상 우승을 많이 했는데, 대표팀에서는 우리 선수들이랑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어서 정말 감격스러웠다. 앞으로 자주 이런 모습들을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슬기, MVP 등극
장슬기, MVP 등극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대한민국 대 대만 경기 종료 후 열린 시상식에서 대회 MVP로 선정된 한국 장슬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7.16 [email protected]

다른 선수들 역시 A대표팀에서 처음 우승을 경험한 건 마찬가지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2009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여자 챔피언십,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2013 AFC U-19 여자 챔피언십 우승을 경험한 장슬기(31·한국수력원자력)도 A대표팀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우승해봤다.

2골로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그는 "우승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우리 선수들이 세리머니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더라. 이게 마음이 아프면서도, 이걸 경험 삼아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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