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3부리그 축구구단주 韓대학생…"홈에 잔디까는 그날까지"

말라위 3부리그 축구구단주 韓대학생…"홈에 잔디까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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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천여명 섬에서 축구팀 이끄는 이동훈씨 "1부 승격이 목표"

말라위 축구 3부 리그
말라위 축구 3부 리그 '치주물루 유나이티드' 구단주 이동훈씨

[이동훈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구단주로서 다음 목표는 치주물루 섬 경기장에 잔디를 까는 겁니다. 2부 리그부터는 잔디가 있어야 홈 경기를 치를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잔디가 있어야 해요."

축구 구단을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풋볼 매니저'(FM)를 현실에서 실현한 이가 있다.

아프리카 말라위 3부 리그 구단 치주물루 유나이티드를 이끄는 23세 한국 청년 이동훈씨다.

흔히 구단주라 하면 막대한 자금을 갖춘 기업인 혹은 전직 축구 선수 등을 떠올리지만, 이 씨는 부자도, 축구 전문가도 아니다. 그저 "축구를 사랑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말라위 지도
아프리카 말라위 지도

[제작 양진규]

이 씨는 13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쉽게 하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며 "학업과 구단주로서 일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정말 보람차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단을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다 보니까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각보다도 정말 많다. 말라위 축구협회와 직접 경기 일정을 조율하기도 하고, 선수들의 상황을 계속 확인하면서 회계나 홍보 등도 직접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치주물루 유나이티드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해외 각국, 그중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생소한 지역의 리그 경기를 유튜브로 기록하겠다는 당찬 꿈을 안고 아프리카로 떠나 약 두 달 동안 남아프리카 지역의 다양한 나라를 방문했다.

말라위 3부 리그
말라위 3부 리그 '치주물루 유나이티드' 구단주 이동훈씨

[이동훈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씨는 "가장 특이한 팀이 어딜까 찾아 헤매다가 치주물루 유나이티드를 찾게 됐다"며 "치주물루 유나이티드는 치주물루라는 인구 6천여명의 아주 작은 섬에서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 해 운영하는 구단이었다"고 소개했다.

"치주물루 유나이티드는 제가 그동안 봐온 그 어느 팀보다도 열악한 환경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여느 선진국의 1부 리그 선수들과 다를 바 없었어요. 선수들이 축구로 사실상 버는 돈이 없는데도 승격이라는 실낱같은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약 열흘 동안 치주물루 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와 원정 경기까지 따라다닌 이씨는 그로부터 9개월 뒤인 올해 4월, 팀의 구단주가 되기로 결심했다.

치주물루 유나이티드 감독 맥팔른 마푸타가 공식 SNS에 공유한 리그 순위표
치주물루 유나이티드 감독 맥팔른 마푸타가 공식 SNS에 공유한 리그 순위표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씨는 "감독님과 한국에 돌아와서도 안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40만원이 부족해서 올해 리그 경기에 못 나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구단주가 되기로 결심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선수들의 땀 흘리며 노력해온 모습을 지켜본 입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고, 그 돈을 대신 내주겠다고 했다"며 "그리고 나서 생각하다 보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단주가 되면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안했다"고 했다.

덜컥 구단주가 되고 난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운영 자금 마련이었다.

이 씨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제안서를 만들어 기업 30여곳에 연락했고,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구단의 사연을 알렸다.

지금의 치주물루 유나이티드는 국내 기업 7곳이 스폰서로 참여하며, 선수들에게 승리 수당도 지급할 수 있는 여유 있는 구단으로 성장했다.

후원받은 유니폼과 축구화 신은
후원받은 유니폼과 축구화 신은 '치주물루 유나이티드' 선수들

[이동훈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른 팀에게 유니폼을 빌려 입던 시절은 지나고 제작 유니폼이 생겼고, 더위에 녹은 플라스틱 축구화 대신 새 신발과, 페트병 대신 훈련용 꼬깔콘이 구비됐다.

지난달 후원 받은 용품으로 20kg짜리 수화물 3개를 가득 채워 치주물루에 한 달 동안 다녀왔다는 이 씨는 "이제 저희 팀은 리그에서 가장 여유 있는 팀이 됐다"며 "실제로 팀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선수들도 많이 늘었다"고 웃음 지었다.

"주변 감독들이 저희 감독님한테 '도대체 어떻게 한(구단주를 데려온) 거냐?'고 물어본대요. 감독님은 '내가 한 건 없다. 신이 도운 것 같다'고 답한다죠."(웃음)

치주물루 유나이티드의 최종 목표는 1부 승격이다.

이 씨는 "거의 모든 선수가 생업으로 어업을 병행하는데도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많을 때는 하루에 두 번도 한다. 팀에 총 25명이 있는데, 훈련에는 평균적으로 18명은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무리 짧아도 3년 정도는 구단주를 맡을 계획입니다. 승격이 기본적인 목표고, 멀게는 저희 팀 젊은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할 기회도 생기기를 바랍니다."

'치주물루 유나이티드' 공식 유니폼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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