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 확대경] 남성 아마 고수가 여성 프로 선수를 이길까

[권훈의 골프 확대경] 남성 아마 고수가 여성 프로 선수를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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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로(왼쪽)과 대니엘 강.
데릭 로(왼쪽)과 대니엘 강.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 10승을 포함해 72승을 올려 '영원한 골프여제'로 추앙받는다.

평생 골프만 쳤고 지금도 골프 관련 사업을 하면서 거의 매일 골프 라운드를 한다.

작년에는 LPGA투어 게인브리지 LPGA에 출전해 거뜬하게 컷을 통과해 건재를 과시했다.

그런 소렌스탐이 이벤트 대회지만 남성 아마추어 골퍼와 대결에서 연장전 끝에 무릎을 꿇자 여성 프로 선수와 남성 아마추어 고수의 실력 차이가 입길에 올랐다.

소렌스탐이 현역 LPGA투어 선수도 아니고 나이도 52세라지만 소렌스탐을 꺾은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 데릭 로(미국)는 골프를 취미로 쳤고 나이도 소렌스탐보다 고작 3살 어리다.

로가 소렌스탐을 이긴 뒤에 각종 소셜미디어(SNS)에 남성 아마추어 고수라면 여자 프로 선수를 얼마든지 꺾을 수 있다는 '용감한' 사람들이 등장했다고 골프닷컴은 전했다.

심지어 "핸디캡 4 이하 아마추어 남성 골퍼는 여성 프로 선수와 대등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로가 소렌스탐을 꺾은 LPGA투어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아마추어와 프로 선수가 같은 코스에서 쳤다.

티박스와 그린이 똑같았다. 그리고 TV 카메라와 갤러리가 지켜보는 등 경기 조건이 같았다.

그러나 스코어는 프로 선수가 압도적이다.

대회 우승자 대니엘 강(미국)은 나흘 동안 16언더파를 쳤다.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적어냈다.

로는 나흘 동안 7오버파를 쳤다. 2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때렸지만, 1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는 오버파를 쳤다. 한 번도 언더파를 적어내지 못했다.

로는 핸디캡 0.2로 알려졌다.

즉 정상급 여성 프로 선수는 남성 아마추어 골퍼 고수라도 상대가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프로 선수 5명이 로보다 스코어가 나빴다.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9차례 우승한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는 16오버파를 쳤다. 출산 휴가를 다녀온 미셸 위 웨스트(미국)는 20오버파에 그쳤다.

응원에 답례하는 안니카 소렌스탐.
응원에 답례하는 안니카 소렌스탐.

[AP=연합뉴스]

그렇다면 남성 아마추어 골프 고수는 정상급이 아니라면 여성 프로 선수를 이길 수 있을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를 해설하고, 프로 선수 여럿을 지도하는 나상현 SBS 골프 해설위원은 "어쩌다 한번은 이길 수 있겠지만 3, 4라운드 경기를 한다면 KLPGA투어 현역 선수를 이길 수 있는 남자 아마추어 고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자 아마추어 고수가 여성 프로 선수보다 앞설 수 있는 건 드라이버와 아이언 비거리.

나 위원은 "그러나 그린 적중률, 핀 근접도, 퍼트,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 등 모두 프로 선수가 우월하다. 이런 게 쌓이면 큰 타수 차이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역시 KLPGA투어 전문가인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기술적으로도 뒤지지만, 정신력에서 크게 뒤진다"며 "프로 선수는 늘 압박감 속에서 경기하는 게 일상이지만, 아마추어 고수라도 그런 압박감은 익숙지 않다"고 말했다.

평소 치던 그린과 다른 빠른 그린, 어려운 핀 위치 등 프로 대회 코스 세팅이라면 아마추어들이 더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된다고 김 위원은 덧붙였다.

김 위원 역시 "하루 정도는 아마추어가 앞설 수도 있겠지만, 사흘이나 나흘 경기에서 이기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역 KLPGA 투어 선수는 "프로암에서 프로 선수를 능가하는 스코어를 내는 분들도 있다. 프로 선수도 어떨 땐 80대 타수도 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리는 1년에 10개월 가까이 대회를 치른다. 열 달 동안 같은 코스, 같은 조건에서 프로 선수와 대결해서 앞설 수 있다는 건 '망상'에 가깝다"고 말했다.

참고로 지난 시즌 KLPGA투어에서 34명이 평균타수 72타 이하였다. KLPGA투어 대회 개최 코스가 대부분 파72이므로 34명은 시즌 평균 타수가 언더파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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