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만의 NBA 우승에 뉴욕 발칵…월드컵 열기 삼킨 닉스 열풍(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밤 오후 11시 30분께 미국 뉴욕 맨해튼 일대. 농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대로 눈을 감을 수 없는 밤이었다.
거리 곳곳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고, 차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경적을 울려댔다.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가 53년 만에 우승을 확정 짓자, 맨해튼의 식당과 바, 공원 등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열기가 고스란히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닉스는 이날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NBA 파이널 5차전 원정 경기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94-90으로 꺾고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내내 끌려가던 닉스는 4쿼터 막판 극적 역전에 성공했다.
거리엔 닉스의 상징인 오렌지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줄을 이었다.
경기 시간이 가까워지자 주말 저녁답지 않게 맨해튼 거리는 한산했다. 대신 중계를 볼 수 있는 바는 예외 없이 팬들로 가득 찼고, 입장을 기다리는 줄까지 길게 늘어섰다. 일부 일반 식당들도 야외 테이블 손님들을 위해 대형 TV를 설치했다.
맨해튼 어퍼웨스트의 한 바 매니저는 "오늘은 당연히 닉스 경기를 틀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폭동이 났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센트럴파크와 피어17 등 주요 명소에도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응원전이 펼쳐졌다.
팬들은 경기 전부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마감되기를 염원하며 "닉스 인 파이브"(Knicks in 5)를 연호했고, 우승이 확정된 뒤에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뉴욕 뉴욕'을 떼창하며 "닉스 포에버"(Knicks Forever)를 외쳤다.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주요 건물들도 오렌지색과 파란색 축하 조명을 밝히며 우승을 축하했다.
닉스가 우승에 도전하는 이날, 맨해튼에서 강을 건너면 또 다른 스포츠 축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뉴저지주에선 월드컵 조별리그 브라질 대 모로코전이 열렸고, 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는 열차가 서는 맨해튼 펜스테이션 일대에는 축구팬과 농구팬이 한꺼번에 몰렸다.
초록·노란색(브라질), 빨간색(모로코) 축구 유니폼들 사이에서도 오렌지·파란색(닉스) 유니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펜스테이션 바로 인근에 위치한 닉스의 홈구장 매디슨 스퀘어 가든 안에서는 대형 밴드의 콘서트까지 열려 혼잡을 더했다.
뉴욕시는 월드컵 관중과 닉스 응원 인파가 동시에 몰릴 것에 대비해 '교통 마비 경보'를 발령하고 교통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경찰 배치를 대폭 늘렸다.
그러나 53년 만의 우승이 확정되자 팬들의 기쁨은 일부 과격 행동으로 번지기도 했다.
흥분한 팬들이 거리로 몰려나오면서 일부 지역에선 차량 통행이 막혔고, 가로등 기둥이나 구조물 위로 올라가거나 경찰 차량을 훼손한 이들도 있었다.
경찰은 최루가스 등을 발사하며 제지에 나섰다. 또 기물 파손 및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최소 4명을 체포했다고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