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막고 야구대표팀 사인 요구…불거진 서울시설공단 탁상행정

훈련 막고 야구대표팀 사인 요구…불거진 서울시설공단 탁상행정

링크핫 0 138 05.28 03:21

공단, 키움의 '특타' 요청에도 조명 소등해 훈련 막아

지난해 야구대표팀 훈련 때는 공단 직원이 지인 대동해 훈련 방해

강제 소등으로 발길 돌리는 키움 선수들
강제 소등으로 발길 돌리는 키움 선수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26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를 마친 뒤 특별타격훈련을 하러 그라운드에 들어갔다가 서울시설공단의 강제 소등조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2026.5.2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의 경기 후 추가 훈련을 두고 구장 관리 주체인 서울시설공단과 구단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공단 측은 규정을 내세워 '강제 소등' 조치를 취했지만, 프로스포츠 현장의 특성을 무시한 경직된 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팬들의 공분도 커진다.

키움 구단은 지난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타선 침체 속에 2-5로 패해 3연패에 빠지자 경기 후 이른바 '특타'라고 부르는 추가 타격 훈련을 준비했다.

특타는 연패에 빠지거나 타격이 풀리지 않는 팀이 흔히 진행하는 훈련이다.

하지만 공단은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막아섰다.

구단은 대관 시간이 오후 11시까지라는 점을 근거로 경기 후 20분만 그라운드를 사용하겠다고 요청했다.

키움과 KIA의 경기는 오후 9시 21분에 끝나 대관 종료까지 1시간 40분가량 넉넉하게 남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단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오는 도중에 조명을 끄는 강수를 뒀다.

표면적으로 보면 양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서울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6조에는 '사용 시간을 남긴 가운데 경기가 종료되면 사용 허가 시간을 전부 사용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다.

공단 관계자 역시 "경기 후 경기장을 쓰려면 최소 수일 전에 내용을 알려야 한다"며 규정에 따른 원칙적인 대응이었음을 강조했다.

고척 스카이돔 전경
고척 스카이돔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이러한 규정이 매일 결과가 달라지는 프로야구의 특수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당일 경기 결과와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즉각적으로 결정되는 '특타'를 수일 전에 예측하고 대관을 신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공단의 논리대로라면 구단은 훈련 여부와 상관없이 '만약'을 대비해 매일 추가 훈련 신청을 해둬야 한다.

키움 구단은 고척스카이돔을 사용하는 가장 비중이 큰 단체다.

더욱이 최근 프로야구가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구장 관리 주체와 홈 구단이 얼굴을 붉히는 것은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양측이 대립을 멈추고 현실을 반영해 갈등을 최소화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공단의 대처가 과거 불거진 '갑질' 논란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과 평가전을 앞두고 고척스카이돔에서 소집 훈련을 했을 당시, 공단 직원이 지인 2명을 국가대표 전용 통제구역인 더그아웃에 대동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야구 점퍼를 입고 들어온 이들은 선수들의 훈련 동선을 막아섰고, 훈련 중인 문보경(LG 트윈스)과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에게 사적인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구하다 매니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서울시설공단 임직원 행동 강령 제12조 '이권 개입 등의 금지'에 따르면 공단 임직원은 본인 직위를 직접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타인이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해서는 안 된다.

직위를 이용해 출입 권한이 없는 외부인이 국가대표 전용 통제구역에 들어가 선수를 만나는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한 것이다.

또 제17조의4 '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 행위의 금지' 조항에는 공단 직원이 직무관련자(대표팀) 권리나 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의무가 없는 일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를 금한다고 명시돼 있다.

엄격한 통제 구역에 지인을 대동해 선수 훈련 동선을 방해하고, 이들의 사적인 사인 및 사진 촬영 요구를 방치한 것은 공공기관 임직원의 행동강령 위반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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