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히잡 시위' 휩쓴 이란 주장 "조국 상황 바람직한 건 아냐"

[월드컵] '히잡 시위' 휩쓴 이란 주장 "조국 상황 바람직한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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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잃은 분들과 함께 할 것…국민 위해 싸우겠다"

'정치' 질문 쏟아진 회견…AP "경기 앞서 정치가 먼저 등장해"

지난 9월 21일 경찰과 충돌하는 이란의 시위대
지난 9월 21일 경찰과 충돌하는 이란의 시위대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잉글랜드와 일전을 앞둔 이란 축구 대표팀의 주장 에산 하즈사피가 공개석상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여건이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하즈사피는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월드컵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별리그 1차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를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표팀이 그분들을 지지하고, 함께 아파한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란 대표팀은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뒤숭숭한 상황에 처했다.

'간판' 사르다르 아즈문이 소셜 미디어에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정부를 비판하면서 선발 논란에 휩싸인 끝에 간신히 최종 명단에 승선한 것이다.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여대생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이후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시위가 두 달가량 이어지고 있다.

이란 대표팀의 주장 에산 하즈사피
이란 대표팀의 주장 에산 하즈사피

[EPA=연합뉴스]

당국이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하자 아즈문은 "이란의 여성과 민중을 죽이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에 대한 처벌이 국가대표 제외라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설령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게 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즈문 외 다른 대표팀 선수들은 공개석상이나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이 시위와 관련된 발언을 자제해 왔다.

앞서 익명의 이란 체육계 인사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자국의 월드컵 출전권을 박탈하라는 서한을 보내는 등 침묵을 지키는 대표팀을 향한 대내외 여론도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이날 하즈사피 역시 당국의 대처나 시위의 정당성 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가 처한 여건이 바람직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란 대표팀의 간판 아즈문
이란 대표팀의 간판 아즈문

[AFP=연합뉴스]

이어 "우리 대표팀이 지금 여기(카타르)에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국민의 목소리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다.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진 모든 능력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싸워야 한다.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야 하고, 골을 넣어서 이란 국민과 유가족께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지난 15일 포르투갈 출신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도 월드컵 중 자유롭게 의견을 드러낼 수 있다며 '정치적 행동'이나 의견 표명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프로축구리그 경기 전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펼쳤던 잉글랜드와 대표팀을 비교하며 "선수들이 경기 중에 무릎을 꿇곤 했는데, 누구는 이에 찬성했고 누구는 반대했다. 정확히 그와 같은 상황이다"라고 했다.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10시에 이란과 맞붙는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한술 더 떠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직접 예고했다.

인종차별 반대 무릎꿇기 동참했던 EPL 선수들
인종차별 반대 무릎꿇기 동참했던 EPL 선수들

[EPA=연합뉴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무릎 꿇기를 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한다고 느꼈다"며 "포용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전 세계의 젊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강력한 성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가 이 퍼포먼스를 꺼낸 것은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와 관련해 최근 불거진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인권 탄압 논란과 관련이 있다.

동성애가 형사처벌 대상인 카타르는 이들의 인권 문제로 유럽 등 서방과 대치해왔고, 잉글랜드는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날카롭게 날을 세웠던 나라다.

AP통신은 축구만큼 '정치'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진 이날 기자회견을 두고 "이란과 잉글랜드의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정치가 먼저 등장했다"고 표현했다.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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