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유로파리그가 목표였는데"…FC마리우폴의 좌절된 꿈

[우크라 침공] "유로파리그가 목표였는데"…FC마리우폴의 좌절된 꿈

링크핫 0 750 2022.05.10 16:32

프로축구단 부회장, 英신문 기고…"사무실 폐허, 경기장은 접근도 안돼"

러시아의 침공 전 터키로 전지훈련을 떠난 FC마리우폴 선수들의 모습
러시아의 침공 전 터키로 전지훈련을 떠난 FC마리우폴 선수들의 모습

[FC마리우폴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팀의 미래가 암담해요. 도시 곳곳이 파괴되며 모든 수입원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러시아에 사실상 점령된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도 프로축구단이 있다.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그(UPL)에 참여 중인 FC마리우폴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 초기부터 포위된 채 포 세례를 맞아 폐허로 변한 도시에서 프로축구단이 멀쩡히 운영될 리 없다.

안드리이 사닌 FC마리우폴 부회장은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존립이 위태로워진 축구단 사정을 알렸다.

사닌 부회장은 "(침공 전) 우리 팀의 인프라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훌륭한 수준이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본선에 진출하는 팀을 만들겠다는 야망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조 잔디와 천연 잔디가 혼합된 경기장, 훈련 장비 등 최신 시설을 갖춰두고 팀이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주 내 동료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팀 시설에 방문할 수 있었다"면서 "사무실에는 알아볼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클럽 사무실의 창문과 문이 파손되고 잔해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고 한다"면서 "경기장에는 접근할 수조차 없다. 공습으로 파손됐다는 소문이 있지만 상태가 멀쩡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사닌 부회장은 전쟁으로 팀 운영이 불가능해졌다며 "전시 상황에서 적용되는 법에 따라 평화를 찾을 때까지 모든 선수, 직원과 계약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팀이 산하 유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부 아동을 돌보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전쟁 직전 유소년 아카데미 운영을 중단해 300명의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라고 부모들에 알렸다"면서 "그런데 부모의 방문이 없어 남겨진 아동들이 생겼다. 유소년 코치진이 물도, 음식도, 전기도 없고 난방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환경에서 이 아이들을 자식처럼 돌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포리자로 아이들을 보내 해외로 대피시키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호품 받으려 모인 마리우폴 주민들
구호품 받으려 모인 마리우폴 주민들

(마리우폴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주민들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구호품을 받기 위해 부서진 아파트 건물 앞에 모여 있다. 마리우폴은 두 달 넘게 이어진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주택 대부분이 파괴되고 식량, 수돗물, 전기 공급이 끊겨 남은 주민들이 구호품으로 연명하고 있다. 2022.4.29 [email protected]

사닌 부회장은 소속 프로 선수들은 현재 안전한 해외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2월 24일 선수들이 터키에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려 했으나, 개전으로 항공편이 취소돼 오히려 화를 피했다는 것이다.

사닌 부회장은 마리우폴에서 겪었던 개인적 곤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아내, 아들과 3월 21일까지 마당의 눈을 녹여 식수로 쓰면서 마리우폴에 머물렀다. 주변에서 총성이 좀처럼 멎지 않았다"며 인근 마을을 돌며 식량을 구걸하러 다닌 끝에 도시를 탈출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의 집도, FC마리우폴도 파괴됐지만 우리는 언젠가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심리적 상처가 오래 남을 테지만 도시도, 클럽도 계속 방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우크라군 격전' 웅변하는 마리우폴 거리

(마리우폴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각종 잔해가 널린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도로 한복판에 바리케이드로 이용된 차량이 놓여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한 달 넘게 포위 공격해온 마리우폴을 점령했다고 선언했다. 2022.4.2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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